롯데팬 미국 할아버지, 극적 한국 잔류...성민규 단장 도움

▲ 지난 7월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캘리 마허 교수가 폭우 속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인기 스타가 야구장에 뜨면 관중석이 바빠진다. 

일부 열성 팬들은 해당 연예인이 잘 보이는 '명당'을 일찌감치 선점한다. 

6일 서울 잠실구장이 그랬다. 프로듀스X101 참가자 김국헌과 송유빈이 시구를 마친 뒤 

포수 뒤편 관중석에 자리잡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가 울렸다.


이들 못지않게 시선을 끈 관중이 있다. 

희끗한 머리와 덥수룩한 흰 수염. 그리고 특유의 불룩 튀어나온 배까지. 

KFC 모델 켄터키 할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푸근한 인상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백발의 노인.

 미국에서 온 롯데 팬 케리 마허(65) 교수다.


롯데 팬들에게 마허 교수는 유명인사다. 

한국 야구 문화와 롯데에 매료된 그는 지난 5년 동안 사직구장에서 

열린 홈 경기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으며 모임 회원들과 함께 원정길도 동행한다. 

최근 다리를 다쳐 서울에서 수술을 했는데 야구를 보기 위해 일부러 잠실야구장 근처 병원에 

입원했다. 롯데가 경기한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마허 교수는 휠체어에서 응원했다. 

일부 롯데 팬들은 마허 교수를 찾아 기념촬영을 했다.


마허 교수는 다음 시즌엔 사직구장을 못 갈 위기였다.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는 마허 교수는 지난달 21일 만 65세가 됐다. 

교육법에 따른 대학 교수 정년은 65세. 교육 취업비자가 만료된다. 

다음달 30일까지 다른 곳에 취업하지 못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마허 교수를 돕기 위해 롯데 구단이 손을 걷어붙였다. 

성민규 신임 단장이 직접 나섰다. 마허 교수를 병간호하기 위해 상경하고 

이날 함께 잠실구장을 찾은 조현호 씨는 "어제(5일) 단장에게 직접 전화가 와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 홍보 쪽 업무가 될 것 같다. 덕분에 (마허 교수가) 한국에 계속 남을 수 있게 됐다. 

우리에겐 정말 최고의 일"이라며 고마워했다.


마허 교수는 한국에 있는 동안 단순히 응원뿐만 아니라 롯데와 부산 지역을 위해 힘썼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선 파티를 열었고 행사로 번 돈은 전액 기부했다. 

일부 롯데 외국인 투수들의 적응을 돕기도 했다.

 롯데는 마허 교수의 열정과 공헌도를 고려해 그를 두 차례 시구자로 초청했다. 

롯데 관계자는 "구단에서 마허 교수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마허 교수를 어떻게든 도우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허 교수는 7일 퇴원하고 부산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 갈 계획이다. 

조 씨는 "4주 정도 뒤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단에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