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예상 732만' 등돌린 팬심, 야구인들이 밝힌 원인과 대책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외야석. /사진=OSEN


KBO리그 구장이 썰렁하다. 팬들의 발길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일시적인 문제라고 보기엔 어려워 야구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최종 732만' 등돌린 팬심, 야구인들이 밝힌 원인과 대책은


역대 정규시즌 최다인 '878만 관객'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한 2019 KBO리그. 뚜껑을 열어 보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 4년 연속 관중 800만명 달성은 물 건너갔고, 750만 관중도 쉽지 않다. 큰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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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현재 2019 KBO리그는 정규시즌 647경기를 치렀다. 전체 일정 720경기 중 90%를 소화했다

 그동안 10개 구단이 끌어모은 관중은 657만6996명이다. 경기 당 1만165명이 입장했다. 

산술적으로 예상 시즌 최종 관중수는 731만9068명에 그친다. 4년 전인 2015년(736만530명) 수준으로 퇴보하게 된다.


지난 해 같은 경기수 대비 관중수는 8% 줄었다. 관중이 증가한 구단은 올 해 새 홈구장을 개장한 NC(58%)가 유일하다. 

한화가 가장 큰 폭인 22% 감소했고, KIA 20%, 롯데가 18% 줄었다.


KBO리그는 2016년 첫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833만9577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17년에 840만68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2018년 807만3742명으로 800만명을 간신히 넘었다. 올해까지 더해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위기감을 키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올해 750만명 도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최고 정점이었던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약 100만 관중이 줄어든 것이다.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걱정이 크다. 한 선수는 "시범경기 주말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만큼 관중분들이 많이 줄었다. 정말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무슨 말이 필요한가. 

죄송할 뿐이다. 결국 선수들이 잘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팬들이 KBO리그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을 점검하고 어떤 대책이 있을지 알아본다.

◇ 원인


성적 양극화와 인기 구단 부진


올 시즌 흥행 저조의 원인으로는 먼저 시즌 초부터 굳어진 상하위팀 간의 양극화와 인기구단의 부진이 꼽힌다. 

이에 대해서는 감독 및 선수, 해설위원 등 다수의 의견이 일치했다.


수도권 팀의 한 감독은 "두꺼운 팬 층을 확보한 KIA, 롯데, 한화 등이 한꺼번에 추락했다.

 이 요인이 가장 큰 것 같다. 원정 팬들이 있어야 매진도 되는데, 

인기 구단이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원정 팬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인구 교체-홈런 감소


올 해 새로 도입된 반발계수가 떨어진 공인구도 관중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44개의 홈런이 나왔던 것에 비해 올 시즌엔 평균 1.42개로 줄었다. 

모 구단의 핵심 선수는 "야구의 꽃은 홈런이지 않나. 그런데 KBO는 갑작스럽게 공인구의 반발력을 떨어뜨렸다.

 물론 선수로서는 적응해야 할 부분이지만, 홈런이 적어지면서 그만큼 재미도 반감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력 저하? 글쎄...


올 시즌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력 저하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해설위원은 "경기력 저하는 아닌 것 같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수비 실책 등 기록은 크게 변함이 없다.

 실수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부각됐기 때문에 더 크게 와 닿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 역시 마찬가지. 중위권팀의 한 감독은 "경기력 저하는 성적 양극화 때문에 오는 현상이다.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한다면 누가 집중하지 않겠나. 집중력이 오르면 경기력도 오른다. 

하지만 너무 이르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위권에 있는 팀들은 동기부여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그 영향이 경기력 저하로 나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경기력 저하를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한 해설위원은 "경기력이 향상돼야 한다고 본다.

 너무 터무니 없는 실책은 줄이는 것이 맞다. 실망감만 커진다"고 강조했다.

◇ 대책


팬 없이는 프로야구도 없다


이런 여러 악재들 속에서도 떠나간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팬, 둘째도 팬이다.


지난 7월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 올스타전은 팬들에게 이례적으로 호응을 받은 올스타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올스타전은 '팬 퍼스트'라는 명확한 주제를 갖고 치러졌다. 

경기 도중 특별한 쇼맨십을 발휘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퍼포먼스상', 선수와 팬, 마스코트가 

한 팀으로 장애물 경주를 하는 '슈퍼레이스' 등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로 큰 호응을 얻었다.


결국 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 중요하다. 팬 없이는 프로야구도 존재 이유가 없다. 

한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우리는 첫 방문한 고객이 한 번 더 오시게끔 노력하고 있다. 

고정 팬층 확보도 중요한데, 이를 늘리기 위한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베테랑 선수는 "야구장에 먹을거리는 많아도 즐길거리가 조금 적다고 본다. 그런 측면을 조금 더 늘린다면 관중 분들이 더 찾아와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국제대회 성과로 야구붐 재연해야


여기에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좋은 성적이 더해진다면 흥행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대회 전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미필자 배려' 논란으로 비난을 받았고,

 대회 내내 잡음도 많았다. 순탄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돌아왔지만 

팬들의 냉랭한 시선은 여전했고, 결국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사퇴했다.


분위기 반전을 노릴 카드는 아직 남아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호성적이 당연히 필요하다.


한 해설위원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영향이 관중 감소로 온 것 같다"면서 "축구를 보라. 똑같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축구 대표팀은 금의환향한 반면 우리 야구 대표팀은 크게 웃지 못했다.

 다가오는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이 중요할 것 같다. 이전 논란은 지우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인기 구단의 성적 반등도 흥행에 도움


단기적인 해법으로는 인기 구단의 성적 상승이 꼽히기도 한다. 지난해 한화가 3위에 오르며

 관중몰이를 했던 것처럼 KIA와 롯데 등이 내년 시즌부터라도 반등을 보인다면 

관중 동원에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래서 한 해설위원은 최근 롯데의 신임 단장 선임 소식을 반겼다.

 롯데는 지난 3일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코치와 스카우트 경험이 있는 성민규(37) 단장을 선임했다.

 30대 단장으로 팀 내 이대호와는 동갑이다. 한 마디로 파격이다.


한 해설위원은 "인기 구단들에는 지속 가능한 승리가 필요하다.

 작년 한화가 3위를 했지만 1년 만에 가라앉지 않았나. 롯데는 젊은 단장을 선임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자신의 능력을 펼 수만 있다면 팬들이 원하는 곳을 긁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