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마저 비판한 불량근무…현대차 '해고' 칼 뽑았다

▽ 유리 깨지고, 도장 불량車 그대로 출고
▽ 제네시스 불량에 근태불량 노조원 해고
▽ 현장 조직 반발과 품질 이슈는 '지속'
거울이 깨진 채 출고된 GV80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상습적으로 조기퇴근한 생산직 근로자를 해고했다. 품질 논란을 지속시키는 불량 근무자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현대차는 이유도 소명하지 않고 수개월 상습적으로 조기 퇴근한 생산직 근로자 1명을 해고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조기퇴근을 반복한 근로자도 파악해 강도높은 징계를 한다는 방침이다.

상습적인 조기퇴근은 완성차 품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선 작업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공정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조립할 부분만 일찍 끝내는 '올려치기'를 하고 일찍 퇴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조립해 빨리 퇴근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니 근로자들도 조급하게 작업을 진행하다 잘못 조립돼 품질 논란을 빚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근로자들이 핸드폰을 소지한 채 생산라인에 들어가고 회사 와이파이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가 하면 게임을 하는 일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올려치기'와 반대로 자신이 조립해야 할 물량이 쌓이면 그제서야 작업을 하는 '내려치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네시스 GV80을 구매한 소비자가 검수 단계에서 도장 불량 판정을 받고 출고된 차량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보배드림
현대차가 근태를 문제로 생산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라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적극 반발했을 현대차 노조도 이번 해고는 취업규칙을 어겨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판단에는 정상적인 생산 절차를 밟아 완성차 품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 깔렸다.

올해 출범한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고객 눈높이에 맞추지 않으면 고객은 떠난다"며 "고객이 믿고 사는 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품질 개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생산성과 품질은 근로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개인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자유'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로도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것이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간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조립 품질 수준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지자 신차가 출고되면 검수를 대행해주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한 업체는 "도장 까짐이나 단차, 볼트 등의 마감재를 빼고 조립한 차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된다"고 말했다.

노조가 팔을 걷었지만 품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제네시스 GV80에 앞바퀴는 20인치, 뒷바퀴는 22인치 휠을 장착해 출고됐다거나 품질검수(QC) 단계에서 도장 불량 스티커가 붙은 차량이 그대로 출고됐다는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검은색 실내 인테리어를 선택한 차량에 조수석만 갈색 마감재를 부착하거나 일부 부품이 파손된 채 출고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QC 단계에서 차량의 단차(벌어진 틈)를 맞추기 위해 작업자가 차량을 발로 차는 영상이 유출되기도 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차를 발로 차서 억지로 단차를 없애면 추가 변형이 나타날 수 있고, 도장 훼손도 우려된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생산라인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연내 출시를 앞둔 신차 제네시스 G70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사진이 찍혀 유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소비자의 불신도 지속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고객을 초청해 가감없는 쓴소리를 듣는 ‘품질공감 캠페인’ 행사를 세 차례 개최했다. 사내에 생중계된 이 행사에서는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이 나와 내심 자화자찬하는 자리를 기대했던 임원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품질 확보를 위해 출시 전 일반도로 테스트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돈을 주고 엉터리로 조립된 차를 구매하고 싶어할 소비자는 없다.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이유도 일부는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차에게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품질이 개선되지 않은 채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현대차에 대한 외면은 더 심해져 현 고용 규모를 유지하기도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이 적고 구조가 단순해 고장 확률이 낮아진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1위도 미국 테슬라의 '모델3'가 차지했다. 올해 테슬라는 국내 시장에서 2만대 판매를 달성해 정부·지자체 보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원을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